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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혈관과 함께 늙는다
흔히 '건강의 비결은 깨끗한 혈액이 좌우한다'고 말한다. '깨끗한 혈액'이란 '미세 순환, 즉 모세혈관의 혈류가 매우 좋다'는 뜻이다. 이 말은 인체의 건강에서 의미가 깊다. 왜냐하면 질병에 걸리는 최종 단계가 혈액 오염과 그로 인한 모세혈관의 폐색이기 때문이다.
혈액은 심혈관계 내부를 순환하는 물질로, 생명 유지에 지극히 중요하다. 주된 역할은 산소·아미노산·포도당·지방산·비타민·미네랄 · 효소 등의 영양소를 나르는 '운반'과 pH·호르몬. 체온 등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완충', 병원체·이물질 등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방어'로 구분할 수 있다. 혈액이 흐르는 혈관은 심장에서 시작해 대동맥· 대정맥 같은 굵은 혈관, 동맥·정맥과 그 지류인 모세혈관으로 이어진다. 지류에는 또 다른 지류가 있어서 마지막에는 가장 가는 극 모세혈관으로 이어진다. 전체 길이만 10만 km로, 지구 둘레를 무려 2바퀴 반이나 돌 수 있는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길이다. 그중 93%가 모세혈관이다.
극 모세혈관에서 각 조직으로 영양소와 산소가 전달되기에 조직은 기능할 수 있다. 만약 조직이나 세포에 영양소와 산소가 도달하지 못하면 그 조직은 기아 상태에 빠지고, 얼마 안 가 우리 몸은 질병에 걸리고 만다. 이를 막을 수 있는 예방책으로 '모세혈관의 혈류 개선'만한 것이 없다.
미세 순환을 개선하는 효소의 힘
혈액에서 영양소와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은 적혈구가 담당한다. 정확하게는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의 작용이다. 폐에서 산소를 넘겨받은 적혈구는 온몸의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고, 돌아올 때는 조직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폐로 운반한다.
혈액이 잘 흐르느냐 아니냐를 가르는 비결이 적혈구에 있다. 적혈구는 가운데가 오목한 원반형으로, 긴 쪽의 지름이 7.5㎛(마이크로미터, 1㎛는 1㎜의 1000분의 1)다. 극 모세혈관의 직경은 4~5㎛이다. 적혈구가 더 크다. 크기만 봐서는 적혈구가 극 모세혈관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게 당연한데, 적혈구는 특수 능력을 발휘해 기어이 자기 몸보다 가는 혈관으로 들어간다. 바로 변형 능력이다. 원반형의 한가운데를 접어서 극 모세혈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적혈구의 변형 능력은 영원하지 않다. 혈액 속에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이 필요 이상으로 많거나, 당뇨병이 그렇듯이 고혈당이거나, 활성산소가 많으면 적혈구가 딱딱해지면서 변형 능력이 쇠퇴한다. 또 산화한 기름이나 당화 단백(자당과 단백질이 달라붙은 것)이 늘어나면 적혈구들이 마치 엽전을 꿰놓은 것처럼 서로 달라붙는다. 그렇게 되면 모세혈관 속으로는 들어가지 못한다. 게다가 적혈구는 주로 산소를 운반하는데, 적혈구들이 서로 겹쳐 있으면 표면적이 크게 줄어서 운반할 수 있는 산소의 양이 극단적으로 감소한다. 그래서 혈액의 흐름이 좋지 않은 사람은 조금만 움직여도 금세 숨이 차거나 쉽게 피로를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적혈구는 어떻게 엽전 꾸러미 모양으로 연결될까? 건강한 적혈구는 음이온(-)이 주위를 채우고 있기 때문에 적혈구끼리는 서로 밀어내서 달라붙을 일이 없다. 그렇기에 개별적으로 이동하고 좁은 혈관 속으로도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적혈구와 적혈구 사이로 산화한 기름이 나당 화단 백 같은 물질이 끼어들면 그들이 접착제 역할을 해서 적혈구를 이어 붙여버린다. 적혈구가 몇 개 혹은 몇십 개씩 연결되기도 한다. 그 모양이 마치 쌓아놓은 동전을 쓰러뜨렸을 때처럼 뭉쳐 있는 상태 같아서 연전 형성(rouleauxformation)이라고 한다.
산화한 기름이나 당화 단백 같은 물질이 혈액에 섞이는 주된 원인으로는 커피 ·육류의 과다 섭취,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 흡연, 운동 부족 등이 있다. 연전 형성이 나타났을 때는 단백질과 지방의 섭취량을 줄이고 혈액을 알칼리 화하는 식품을 먹으면 효과적이다.
원반형의 적혈구에 장내 부패로 생긴 세균이 들러붙어서 별사탕 모양이 되는 경우도 있다. 유극 적혈구(acanthocyte)라고 하는데 혈관 속이 이런 상태가 되면 혈액이 끈적끈적해지고, 그 결과 영양소와 산소가 온몸으로 전달되지 못한다.
영양소와 산소가 전달되지 못해 조직이 기아 상태에 빠지면 활성산소가 출현한다. 이 유해한 산소는 정상 세포를 괴롭히는데, 그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세포핵 속의 DNA를 손상시키거나 파괴해서 갑작스런 변이를 일으킨다. 이것이 조직의 암화로 발전한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독일의 오토 하인리히 바르부르크 박사(Otto Heinrich Warburg)는 "암은 몸속에 산소가 부족해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미세 순환이 악화된 조직은 암에게 절호의 번식처다. 혈류가 나쁘기 때문에 면역세포인 백혈구도 재빨리 현장으로 달려오지 못한다.
미세 순환이 좋다는 말, 즉 모세혈관의 혈액이 깨끗해서 흐름이 원활하다는 말에는 이처럼 중대한 사실이 내포되어있다.
나는 이 미세 순환의 개선이야말로 건강으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미세 순환을 개선하는 최대의 비결은 효소가 살아 있는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다. 연전 형성이 발생했을 때 이를 풀어내는 일은 체내 효소의 역할이지만, 식이 효소도 상당한 비율로 이를 돕기 때문이다.
혈액은 장에서 만들어진다?
혈액은 건강한 사람이어도 끊임없이 상태가 좋아졌다 나빠졌다 한다. 음식을 먹고 몇십 분만 지나도 혈액의 상태가 급변한다. 그 정도로 우리가 먹는 음식이 중요하다.
먹는 음식이 건강을 좌우하는 이유는 '피가 되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듯 '장과 혈액과 세포는 삼위일체'다. 혈액은 어디에서 만들어질까? 대부분 '골수'라고 대답할 것이다. 1925년에 미국의 댄, 세이빈, 커닝 엄이라는 3명의 혈액 학자가 주장한 이론이 '골수 조혈설'이다. 학교에서도 현재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혈액은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같은 이야기는 치시마 키쿠오 박사가 주장한 '장관 조혈설에서 유래한다.
치시마 박사는 혈액이 골수에서 만들어지는 경우는 어디까지나 비상시의 2차적 조혈 작용이며, 평상시 혈액은 소장의 융모(점막에 빽빽이 난 작은 돌기)에서 만들어진다고 보았다.
이전부터 '인간의 몸과 마음에 중요하게 기능하는 기관은 장'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먹은 음식이 장에서 혈액이 된다. 그 혈액이 조직으로 흘러가 몸(생명)을 만든다. 그러니 질병의 원흉은 혈액 오염이며, 혈액을 오염시키는 범인은 건강하지 못한 장과 나쁜 음식이다." 언젠가 골수 조혈설이 뒤집히고 장관 조혈설이 인정받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역사를 돌아봐도 천동설과 지동설을 비롯해 그런 사례는 흔하게 널려 있다.
인간의 장기 중에서 노화가 가장 빠른 곳은 어디일까?
1위가 장이고, 2위가 신장이다. 뇌는 골격근과 함께 3위다. 장과 신장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이유는 이 둘이 가장 많은 혈액을 사용하는 사치스러운 장기이기 때문이다. 혈관이 많은 장기일수록 빨리 늙는다. 소장과 대장, 신장의 혈류를 개선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는 알았으리라 생각한다. 사람은 혈관과 함께 늙는다. 장을 깨끗하게 하고 혈액을 깨끗하게 하는 일은 노화 방지로도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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