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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음식을 먹을까?
"정답 따위가 있을 리 있나, 먹고 싶으니까 먹는 거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답은 있다. 바로 '에너지를 얻어 활동하기 위해서'다. 섭취한 영양을 에너지로 변환해 활동하는 데 쓰는 것은 번식을 통한 종족 보존을 위해 인류가 수십만 년간 지속해온 생명활동이다.
아득히 먼 옛날에 인류는 필요한 먹을거리 외에는 입에 대지 않았고 영양을 넘치게 섭취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도구를 발명하고 불을 자유로이 다루게 되면서 고기와 채소는 물론이고 어패류, 곡류, 해조류, 버섯까지 먹을 수 있는 것은다 먹고 있다. 인간만큼 탐욕스러운 잡식동물은 지구상에 또 없을 것이다.
그렇게 얻은 영양이 인류를 진보시켜왔다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인류의 문명과 함께 먹을거리가 진보하면서 질병 또한 서서히 늘어났다. 그 예로 현대 일본을 들여다보자.
일본은 천 년, 이천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던 먹을거리와 식습관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기점으로 빠르게 변해왔다. 서양문화의 유입과 경제 부흥이 한몫을 했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가 고기 섭취량의 증가다. 1970년대 초에는 햄버거, 프라이드치킨, 피자, 아이스크림 등의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일본 안으로 밀려들어오면서 식습관 변화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같은 무렵 미국에서는 심장병, 암, 뇌경색, 당뇨병 같은 생활습관병이 급증해 국민의료비가 국가재정을 압박하고 있었다. 미국 정부는 국민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먹을거리 문제의 조사 연구'에 뛰어들었고, 1977년에 <맥거번 리포트(McGovern report)>라는 5000쪽 분량의 방대한 리포트를 낳았다. <맥거번 리포트>의 결론은 '암, 심장병 같은 만성질환은 육식 중심의 잘못된 식생활이 낳은 식원병이므로 약으로는 낫지 않는다. 질병에서 벗어나려면 당장 식생활을 개선해야 한다'였다. 이 리포트를 계기로 미국의 건강 정책은 크게 바뀌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식품첨가물
암, 당뇨병이라는 2대 국민병을 필두로 현재 일본 내 질병의 참상은 아주 심각하다. 그 근본 원인은 먹을거리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에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대량 생산'이다. 자연에서는 불가능할 정도로 먹을거리가 대량 생산되고 있다. 문제는 대량 생산을 지탱하는 주축이 가공과 보존을 위해 쓰이는 '식품첨가물'과채소와 과일의 재배에 사용되는 '농약'이라는 점이다. 이 물질들은 체내 효소를 대량으로 낭비시키는 주범이자 우리 몸에 독으로 작용한다.
식품첨가물은 가공식품을 만들 때 넣는 감미료, 조미료, 착색료, 보존료, 산화 방지제, 표백제 등을 말한다. 주로 싼 재료의 성질을 개량하거나 보강해서 색채와 향, 맛을 조절하는 용도로 쓰인다. 현재 사용이 허가된 첨가물은 800여 종이나 된다. 그중에는 식중독의 위험성 때문에 부패 방지 목적으로 꼭 넣어야만 하는 첨가물도 있지만 발암의 위험성이 우려되는 것도 많다.
예를 들어 햄과 소시지 같은 축산물 가공식품, 어묵 등의 수산물 가공식품 등에 쓰이는 착색료 중에 '꼭두서니 색소'가 있다. 이 색소는 2004년에 발암성을 이유로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그전까지는 줄곧 안전한 줄 알고 사용해왔다. 사용 금지 이전에 식품을 통해 꼭두서니 색소를 섭취한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 상상만으로도 무섭다. 동물 실험으로 안전성이 검증된 첨가물 역시 과잉 사용으로 우리의 건강을 좀먹고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현재 시판되는 식품 중에는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식품을 찾기가 힘들다.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은 식품이 아닌 첨가물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요주의 첨가물을 보면, 항곰팡이 제인 오르토페닐 페놀과 디페놀, 발색제인 아질산나트륨과 질산나트륨, 표백제인 아황산나트륨과 차아황산나트륨, 보존료인 소르빈산과 벤조산나트륨, 착색료인 타르 색소, 산화 방지제인 에리소르빈산나트륨, 보수성 증강제인 폴리인산나트륨, 조미료인 5'-구아닐산이나트륨, 이스트 푸드인 브로민산칼륨 등이 있다. 상품의 성분 표시 라벨을 잘 살펴서 이 성분들이 들어 있는 식품에는 손을 대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
꿀벌이 사라질 만큼 독한 농약의 독성
먹을거리 환경의 변화 중 그다음으로 주목할 것은 '농약이다. 농약과 관련해서는, 1962년에 미국에서 출판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Silent Spring)>을 통해 위험성이 알려졌다. 레이첼 카슨은 DDT, BHC, 디엘드린(dieldrin) 등 유기염소계 농약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리면서 "이들 농약이 새소리도, 꿀벌의 날갯짓 소리도 들리지 않는 침묵의 봄을 만든다"라고 경고했다.
이를 계기로 잔류성이 높은 유기염소계 농약이 환경오염과 먹이연쇄에 의한 생물 농축(생물에 축적되기 쉬운 물질이 상위 포식자에 집중되는 현상. 최종 포식자는 인간)을 유발한다는 사실과 그에 따른 만성 독성의 문제점 등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유기염소계 농약의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일본 역시 1970년대에 유기염소계 농약의 사용을 금지했다.
그 후에 저독성(性) 유기인계 농약이 보급되었는데, 이역시 신경 독성이 지적되었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계 농약이다. 니코티노이드란 담뱃잎에 함유된 알칼로이드(alkaloid)를 가리키는데, 인간 등의 포유류에게는 비교적 독성이 낮다고 해서 주목을 모으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네오니코티노이드 역시 엄청난 독성물질이었다. 특히 꿀벌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꿀벌이 2005년에 일본 이와테현에서는 원인 불명으로 대량 실종되는 '벌집군집붕괴현상(CCD)'이 출현하여 무려 꿀벌의 80%가 죽었다. 꿀벌이 전멸하는 피해는 홋카이도, 가나가와, 나가사키 등 전국으로 퍼졌다. 피해를 입은 양봉가의 말이 당시의 절박한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지금까지의 농약이 수류탄이었다면, 이번에 새로 나온 농약은 핵폭탄이다.”
한마디로 네오니코티노이드는 생물의 신경회로를 차단하는 신경독이다. 이 농약의 영향으로 꿀벌은 방향감각과 운동감각을 잃고 뇌가 손상돼 죽었다. 네오니코티노이드가 꿀벌의 귀소본능을 교란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농약은 살포한 곳에서 100m 이내로만 접근하지 않으면 안전했지만 네오니코티노이드는 색도 냄새도 없이 마치 보이지 않는 안개처럼 퍼져나가 반경 4km 이상을 오염시켰다.
위험성은 또 있었다. 네오니코티노이드는 수용성이기 때문에 토양을 깊이 오염시키고, 축적되면 식물 깊숙이 남는
다. 당연히 식품의 영양가도 줄어들었다.
꿀벌의 집단 폐사는 꿀벌의 죽음만으로 끝나지 않고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중대한 사건이다. 꿀벌은 꽃가루를 매개로 꿀을 모으는데, 그 과정에서 식물의 수분에 관여한다. 그러한 꿀벌이 집단 폐사를 했으니 농작물 생산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작물 가운데 63%가 꿀벌의 꽃가루받이에 의해 열매를 맺는다. 특히 아몬드는 꿀벌 없이는 농사 자체 가불 가능하고 사과와 블루베리도 꿀벌 의존도가 90%에 이른다. 꿀벌의 죽음은 곧 식물의 죽음을 의미한다.
꿀벌의 집단 폐사는 전 세계에서 관찰되고 있다. 미국에 서는 전체의 4분의 1인 240억 마리 이상의 꿀벌이 홀연히 모습을 감췄다. 결국 미국은 네오니코티노이드의 사용을 대폭 줄였다. 프랑스의 최고재판소 역시 네오니코티노이드계농약이 벌집군집붕괴현상(CCD)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고 판매 금지 판정을 내렸다. 덴마크,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스페인도 뒤를 따랐다. 그리고 마침내 2013년 5월, 유럽연합은 이 농약을 한시적으로(2013년 12월 1일~2015년 11월 30일) 전면 사용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일본은 이 농약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 농약의 잔류 허용 기준이 관대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의 논과 밭에서는 개똥벌레도 메뚜기도 나비도 고추잠자리도 미꾸라지도 우렁이도 모두 사라질지 모른다. 걱정되는 점은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이 곤충뿐만 아니라 식물과 동물, 그리고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이든 곤충이든 신경계의 기본 구조는 같기 때문에 사람의 뇌에 미치는 영향, 특히 태아와 유아처럼 취약한 발달 뇌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된다.
일본은 진정한 농약 대국으로, 전 세계 농약 생산량의 무려 32%가 살포되고 있다. 약 992m²(300평) 당으로 계산하면 미국의 9배나 되는 양이다. 일본에서 나는 채소의 영양가는 지난 50년 동안 거의 반 이하로 줄었다. 일본의 농업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농약을 얼마나 함부로 사용해왔는지를 알려준다.
농약의 대량 사용으로 토양도 황폐해졌다. 흙을 재생시키는 일 또한 농업에만 국한되지 않은, 앞으로 일본이 해결해야 할 커다란 과제라고 생각한다.
잔류농약 투성이 수입 농산물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독으로 범벅이 된 식품이 자꾸자꾸 들어오는 것도 큰 문제다.
농약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외국에서 수입되는 곡물·채소·과일에는 해충과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방부·방충제를 살포한다. 이를 '수확 후 농약 처리'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수확 전에 농약이 살포되는 국산품에 비해 수입 농산물은 단위 자체가 다를 정도로 농약의 잔류량이 많다.
공교롭게도 2013년 현재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 문제로 시끄럽다. 만약 일본이 그 협정에 참가한다면 대량의 식료품이 외국에서 흘러들어올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소비자는 상품의 가격이 하락해 경제적으로는 혜택을 보겠지만, 영양 섭취와 건강면에서도 과연 혜택을 볼지는 의문이다.
입에 단 음식이 몸에는 나쁘다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상황을 떨쳐내고 옛날로 돌아가는 일은 불가능하다. 오해를 무릅쓰고 말하면, 싸면서도 보기 좋고 안전하기까지 한 식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도 먹을거리 환경을 악화시키는 데 한몫을 한다.
맛 좋고 모양까지 보기 좋은 것을 원하는 까다로운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려다 보니 생산자들은 보존료나 살균제를 비롯해 착색료 · 발색제를 쓰고, 기생충이나 병원균의 해를 방지하기 위해 농약을 뿌리고,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성장호르몬을 쓰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식품을 시장에 내놓으려면 화학물질의 양을 늘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농약이나 첨가물,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은 순수 자연식품은 극히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만 유통된다.
건강보다 입맛을 충족시키는 음식에 길들여진 것도 문제다. '인간은 왜 먹는가?"라는 질문에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답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식은 살아 있는 기쁨을 안겨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만 '입에 단 음식은 몸에 나쁘다'라는 명제가 사실임은 알고 있어야 한다.
맛있는 음식은 대개 기름지고 단백질이 많다. 고기를 구워 단백질이 변화한 이노신산(inosinic acid)은 최고의 감칠맛 성분이다. 생선회에서는 기름기가 많은 참치의 대뱃살이 가장 맛있다. 설탕이 듬뿍 들어간 달콤한 음식도 맛있다. 우유나 유제품도 맛이 좋다. 하지만 이들 식품을 많이 먹으면 반드시 몸이 해를 입는다. 소나 돼지 같은 동물의 고기는 일주일에 2~3회 정도 섭취하는 것이 적당하다. 비만아들이 좋아하는 피자, 햄버거, 만두, 돈가스, 치킨, 오므라이스 카레라이스, 샌드위치, 라면, 스파게티, 달걀프라이 등은 소아 생활습관병을 유발하기 쉬운 음식들이다. 하나같이 단백질이 많고 기름진 음식들로 우리 몸에 들어가면 혈액을 오염시켜 질병을 만든다.
이들을 모조리 식탁에서 추방할 수 없다면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 가장 좋은 대안은 참깨·고추 등의 향신료, 표고버섯 등의 버섯류, 현미 등의 곡류, 해조류, 콩류, 채소, 어패류 감자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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